명산 설악산. 다소 어려운 산행이었다. 대청봉 정상 및 부근에서의 추위와 바람 때문이었는데, 나름 준비는 많이 했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나머지 경로에서는 큰 문제 없었다. 오색-대청봉-회운각-비선대-설악동 경로를 잡았다. 새벽 4시에 출발해 오후 5시쯤 도착했다.
강남 터미널에서 1월 22일 오후 11시 30분에 속초/양양행 버스를 탔다. 양양에서 내렸다. 터미널이 아닌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약간 황당), 내리면 그냥 벌판이다. 내려서 뭘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오색까지 택시로 바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2-3만 원 정도였다. 미터 요금으로 가면 된다. 일찍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 대기했다. 4시에 등산로가 열리자마자 출발했다.
정상까지 가장 빠른 경로라고 해서 오색에서 출발한 것인데, 너무 무미건조했다. 캄캄한 새벽 시간이라 보이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등산로 자체가 계단, 아니면 가파른 오르막이다. 관악산의 과천-연주대 코스와 비슷한데 훨씬 재미없다. 아무 생각 없이 너덧 시간 운동 삼아 오른다고 보면 된다. ㅋㅋ
정상인 대청봉에서의 기상 상태는 기온 영하 26도 이하, 풍속 초속 16미터 이상, 체감 온도 영하 53도 이하였다. 중청 대피소에서 들은 대략적인 수치다. 아무 탈 없이 잘 내려오기는 했지만, 대청봉에 경험한 추위와 바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서웠다. 정상에 오래 머무는 것이 곤란했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빨리 내려오는 것 역시 어려웠다. 모든 상황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였다. 추위에 떨며 엉금엉금 내려왔다. 덕분에 왼쪽 볼에 엄지손가락 만한 동상에 걸렸다. 으~~~ 선글라스와 마스크 사이로 파고든 칼바람 땀시...
대청봉 옆 중청 대피소는 말 그대로 오아시스였다. 언 몸을 녹이고 정신 차리는데 시간 반 정도 썼다. 시간이 지나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사발면, 어묵 같은 것은 안 판다. 취사도구를 가져가거나 음식물을 싸 가야 한다. 우리 일행이 가져간 과일은 얼어서 먹지를 못했다. 얼지 않은 부식과 자판기 커피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출발했다.
하산은 등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청봉과 비교하면 추위 바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쌓인 눈 때문에 스파이크 차고 내려왔다. 중청에서의 휴식 시간이 길어 조금 서둘러 내려왔다. 그렇지만, 속된 말로 "널널" 했기 때문에 내려오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쉬기도 해서 오후 5시쯤 설악동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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