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바람을 타고 주말 농장이 인기다. 집안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해서 2009년 4월 4일 드디어 5평 넓이의 주말 농장을 시작했다. 첫 삽을 뜬 이후 한 달 정도 지났다. 그간 일어난 왕초보 농사꾼의 좌충우돌 경작기와 느낌을 정리했다. 멋모르고 시작한 초짜의 심정이라고 보면 된다. 주말 농장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있는 "초짜" 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주말에만 가면 된다? 답은 "매일 가야 한다."다. 주말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주말 작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규모만 작을 뿐 일반적인 농업, 농사다. 이게 본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24시간 항시 대기다. 그날 일기에 따라 해야 할 것이 매번 달라지는 고난의 연속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정도 가야 한다. :-D
- 유기농이 가능하다? 유기농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농약과 무약품 등의 관점에서 보자면 주말 농장은 이 같은 환상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정말로 순수한 유기농을 실현하는 주말 농장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비료 농약 없이 무엇을 재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대규모 상업적 농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농약 비료를 "덜" 사용한다는 것을 유기농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사 먹는 것보다 싸다? 비싸면 비쌌지 절대 싸지 않을 것 같다. 주말 농장에서 (주로 밭농사다.) 재배하는 것은 주로 (쌈) 채소류와 구황 작물이다. 이들의 연간 재배 비용을 최소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농장 연간 임대료 5만 원 지급했다. 5평 기준으로 싼 편이다. 첫날, 퇴비로 1만 원 지급했다. 종자 비용으로 1만 원 정도 들었다. 종자 1봉이 평균 2,000원 안팎이다. 모종 형태로 (어느 정도 자란 작물을 사서 옮겨심기) 재배하기 시작하면 돈이 감당 안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7만 원이다. 봄에 심거나 뿌린 작물이 죽지 않았을 때 얘기다. 교통비, 시간/노력비용, 농약 값 등도 제외했다. 각자 이런저런 비용 나름대로 고려해보자. 사 먹는 것보다 쌀 수가 없을 것이다.
- 그럼에도, 왜? 한 달 동안 삽질의 연속이었다. 물 주는 시기를 놓쳐 (정말 일주일에 한 번 갔더니만 ㅋㅋ) 씨가 다 죽어 밭 일부를 갈아엎었다.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다음날 비바람이 몰아쳐 몇몇이 꺾어져 죽었다. (이후 지지대를 세워 하나씩 고정했다.) 실패에 대한 무력감과 예상치 않은 추가되는 비용 때문에 스트레스 점점 쌓여간다. 그렇다면, 왜 주말 농장을 하는가? 주말 농장과 농사짓는 일은 가족 간 화목과 단합을 이끌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풍작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향해 온 가족이 연중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형국을 갖추게 된다. 유아나 아동에게는 체험 학습의 장을 제공한다. 매주 소풍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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